• 최종편집 2020-10-23(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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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미 경제평론가

넉 달 째 초등학교 3학년 아들과 출퇴근 중이다. 간신히 다시 연 학교엔 일주일에 한 번만 간다. 그나마 수업 시간이 줄고, 급식 전 집에 가는 아이가 태반이다. 날마다 엄마 따라 네다섯 군데 방송국을 도는 아들은 입이 댓 발 나와 있다. “대체 이게 뭐야!” 미처 답하지 못했다. “나도 살며 이런 일이 있을 줄은 몰랐어.”

 

반 년째 열 살 어린이의 발을 묶어둔 그건, 바로 처음 만난 바이러스 코로나19’. 교육열로는 어느 나라에도 안 밀릴 한국에서 학사 일정까지 바꾸게 할 만큼 강력한 변수다. 원인과 전파경로가 뚜렷하지 않고, 백신도 기약이 없으니 일명 ‘3(밀폐,밀접, 밀집)’을 피하는 게 상책이라 한다.

 

경제는 사람이 만나고 모일 때 움직인다. 사람 사이의 빈번한 교류가 소비를 낳고, 소비가 개발을, 개발이 제조를, 제조가 운수를, 그리고 이 과정에 생기는 부가가치가 다시 서비스업을 키운다. 소비에서 서비스까지 일련의 과정에 우리는 모두가 생산자이자 소비자로 기여한다. 그러니 ‘3밀 포비아의 시대와 경제 부흥은 평행선의 양 끝이다. 간신히 버텨온 자영업, 안 그래도 부족한 일자리, 가뜩이나 부실했던 경계 기업들이 무너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럼 천수답 농사짓듯 백신만 기다리는 게 답일까. 단언컨대 언택트 시대(비대면)’에 기다리는 자에겐 기회가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19’는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제공했다. 오프라인의 ‘32020년 우리 경제의 적이지만, 온라인 ‘3은 기회의 다른 이름이다. 그걸 단적으로 보여주는 게 바로 온라인 교육·화상 서비스 회사 (ZOOM)'의 성장이다.

 

지난 2011년 중국계 미국인 에릭 위안이 설립한 세계 최대 화상회의 솔루션 업체 은 코로나19 이후 산업 구조와 삶의 변화상을 여실히 보여준다. 지난해 12월만 해도 이용자가 1000만 명 수준이었지만, 전 세계에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시작한 올해 3월에는 2억 명, 4월에는 3억 명이 이라는 새로운 세상에서 일하고 배우고 만났다.(출처 : statista)

 

덕분에 올해 1분기 의 매출은 1년 전 같은 달보다 169%나 늘어난 32830만 달러(한화 약 3989억 원)를 기록했다. 나스닥에 상장돼 있는 주식의 가격은 올해 초보다 202% 오른 207.6달러 안팎에서 움직이고, 시가총액은 500억 달러(한화 607450억 원)를 돌파해 유명 가상화폐업체 이더리움을 뛰어 넘었다(611일 현재). 미중 갈등에서 시작된 이른바 줌 금지령속에서도 당분간 이런 흐름은 더 견고해질 전망이다.

 

석유 화학이 울상을 짓고, 해운과 항공이 무너지고, 자동차 회사가 간판 내리길 고민하는 이때에 그저 온라인에서 업무와 교육이 가능하게 하는 하나의 솔루션이 이룬 성과는 놀랍다. 중요한 건 이런 변화가 더욱 빠르고 강하게 우리 삶을 바꿔놓으리라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세계적인 IT 기술과 제조 능력을 함께 보유한 한국에게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 : 기존 시장에 엄청난 변화를 야기할 정도의 혁신적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이나 기업)가 될 적기다.

 

언택트 시대의 기본은 탄탄한 통신망과 고성능 모바일 기기다. 그간 통신망을 잇는 네트워크 장비 부문에선 중국과 북유럽 업체들에게 밀렸던 게 사실이다. 2018년 기준으로 화웨이가 전체 시장의 29.8%, 에릭슨과 노키아가 각각 24.9%, 20.4%를 차지한다. 하지만 세계 최초로 한국이 상용화 시대를 연 5G 장비 분야에선 승부를 걸어볼 만하다. 지난해 3분기 5G 통신장비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23%, 1위 화웨이(30%)와 한 자릿 수 이내 경쟁을 벌이는 중이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은 잘 지켜왔지만, 앞으로가 문제다.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삼성은 약 20%, 화웨이가 16%를 차지했다. 애플은 10%에 그치지만 고가의 하이엔드 시장 비중이 높아 부가가치가 크다. 글로벌 상위 5개 업체 중 3곳이 중국 업체라는 건 두렵게 기억해야 할 부분이다.

 

이런 상황을 종합하면, ‘IT 중심의 한국판 뉴딜은 시의적절하다. 손에 잡히지 않는 산업으로 피부에 와닿는 경제 충격을 설명하는 데엔 한동안 어려움이 있겠지만, 인프라 산업이되 시멘트와 토목이 아니며, 제조이되 자동차 석유가 아닌 뉴 노멀을 강조하는 건 피해갈 수 없는 흐름이다. 통신과 그에 기반을 둔 장비. 그리고 여기서 유발될 다양한 일거리와 서비스. 정부가 강조하는 한국형 뉴딜은 사실 그리 어려운 개념이 아니다. 정부의 정책 설명은 이 부분에 보다 방점을 둬야 한다.

 

코로나19 소나기를 피해가는 지금은 어쩔 수 없다 해도 결국 정부의 기능은 일자리를 주는 게 아니라, 일거리를 만드는 일이다. ‘한국형 뉴딜을 통한 향후 고용정책의 중심은 반드시 5G 관련 산업 선점에 둬야 한다. 피상적인 인력 확대 등의 구호가 아니라 구체적으로 한전공대 설립의 사례처럼 관련 산업의 기틀이 될 사람을 키우고 공공 부문의 수요 창출이 어느 방향으로 이뤄질 것인지 확실한 시장을 열어주는 게 급선무다.

 

가을이 지나면 잎이 진다. 가는 계절을 되돌릴 순 없는 일이다. 우리는 지금 지는 일자리에 대한 애도보다 생길 일자리를 찾아내는 일이 급하다. 코로나19로 전 세계 46만 명이 사망한 지금도, 인류 최대의 고민은 감염(64%)보다 먹고 살 걱정(77% : 칸타, 2020, 아시아 6개국 디지털 버즈 분석 조사’)이 더 크다는 게 민심이라는 걸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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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시대 ‘지는 일자리’와 ‘생길 일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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