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는 2019년 12월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원인 미상의 폐렴환자가 발생하면서 시작되었다.
이후 전세계로 확산되어 지난 11일 현재 215개 국가 및 지역에서 745만 1532명의 환자가 발생하고 41만 8872명이 사망했다.
치료제와 백신이 없는 신종 감염병인 코로나19는 정확하고 신속한 진단과 추적 및 격리로 환자 발생을 차단하는 것이 유일한 관리 수단이다.
코로나19는 감염 초반에 감기와 유사한 가벼운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고, 무증상 감염과 증상 발현전 감염도 흔하므로 대규모 진단을 통한 감염자의 확진이 필요하다.
한편 코로나19의 진단을 위해서는 현재 분자진단법이 사용되고 있고, 국내에서 개발된 분자진단 시약의 우수성이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아 많은 국가에서 수입을 하고 있다.
코로나19는 전세계적으로 감염을 일으킨 신종 감염병으로 미리 만들어진 진단키트를 사용할 수 없고, 새로 개발해서 생산해야 한다.
분자진단법은 목표가 되는 유전자의 서열만 알면 수일 내에 ‘시발체(primer)’의 제작이 가능하다. 하지만 전체적인 시약의 성능은 시발체의 설계와 함께 다양한 요소들에 의해 결정이 되므로, 개발사의 다양한 경험과 기술이 요구된다.
국내에서는 2009년 신종 플루의 대유행 때, 분자 진단에 사용되는 ‘real-time PCR’ 검사 장비가 대규모로 보급되어 분자진단을 감염병 진단에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였다.
신종 플루가 종료된 이후에도, 보급된 검사 장비를 활용한 분자 진단 검사에 대한 진단검사의학 분야의 다양한 요구가 있었고, 이러한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국내 업체의 적극적인 기술 개발 및 의료 현장에 대한 도입을 통해 감염병 분자 진단에 대한 기초를 쌓을 수 있었다.
국내에서는 코로나19 이전에도 호흡기 감염, 장염, 중추 신경계 감염 등의 주요 감염 질환에 대한 분자 진단이 활성화되어 있었으며, 이러한 경험들이 코로나19에 대한 신속한 대응 및 진단 시약의 개발에 크게 기여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경험과 질병관리본부 및 대한진단검사의학회 등의 공조를 통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민간 의료기관에서 사용 가능한 진단 키트를 제작하여 임상 평가를 시행했고, 코로나19에 대한 신속한 대응을 시행했다.
또한 코로나19에 대한 대응 과정에서 질병관리본부와 대한진단검사의학회는 데이터를 수집하고 임상 검체를 활용해 진단 키트의 성능을 향상시키는 작업을 기업들과 병행함으로써 국내에서 개발된 진단키트에 대한 발전을 도모했다.
이러한 모든 노력은 만족할만한 성능을 가진 코로나19 진단키트의 개발로 연결되었고, 현재는 전세계 여러 나라로 코로나19 진단키트를 수출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 코로나19 진단 키트에도 숙제는 남아 있다. 의료 시장은 매우 보수적인 시장이고, 의료의 특성으로 인해 신뢰의 상실이 시장의 퇴출로 연결되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코로나19에 대한 방역 성공을 기반으로 많은 회사들이 관련 제품을 개발하고 있으며, 해외 수출을 시도하고 있다. 또한 국가에서도 K-방역 및 K-바이오라는 이름으로 국내 업체의 해외 진출을 장려하고 있다.
다만 새로 개발되는 제품의 경우는 아직 시장에서의 평가를 충분히 거치지 못한 것들이 많으므로, 엄밀한 평가를 통한 믿을 수 있는 제품의 수출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신뢰도 높은 제품의 수출만이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K-방역 및 K-바이오의 성공을 담보할 수 있다.
이에 정부는 좋은 제품을 개발할 수 있도록 다방면으로 지원하고, 개발된 제품에 대해서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활용한 엄밀한 평가를 거치도록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19는 우리에게 많은 시련을 주었지만, 한편으로는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이는 전세계가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 시점에 가장 먼저 코로나19로 인한 위기를 극복한 대한민국이 높은 품질의 코로나19 진단 키트를 생산하고 수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쪼록 우리가 다른 국가들에게 코로나19를 극복할 수 있도록 계기를 제공한다면 ‘사람을 살리는 국가’로서의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이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